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던데..
선장이 어설프면 배가 골로 가는건 아닌가 싶다.
난 이제 지시에만 집중하고 조용하련다.
반대 의견에 귀닫고 눈감으며 언짢아 하는 선장의 결정에 따르겠다.
점점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나 자신에게마저 확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던데..
선장이 어설프면 배가 골로 가는건 아닌가 싶다.
난 이제 지시에만 집중하고 조용하련다.
반대 의견에 귀닫고 눈감으며 언짢아 하는 선장의 결정에 따르겠다.
점점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나 자신에게마저 확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갑자기 성큼 들어온 가을에 정자동 까페골목이 꽉 찼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그저 비싸 보이기만 하고 사람이 많아도 휑해 보였던 그 길이..
모두 문닫은 이른 아침, 길에 사람도 차도 없는데도 풍성하고 운치있어 보였다.
변화라곤 간밤의 비바람에 나뭇잎들이 모두 길에서 뒹굴고 있을뿐이고
꼭 여민 겉옷의 틈새를 파고드는 찬바람이 불고 있을 뿐인데도
뭔가가 이 허영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분이다.
그저 시간이 흐르면서 매년 찾아오는 변화인데도
이렇듯 갑작스러운 순간엔 그저 놀랍기만 하다.
덕분에 정 안가고 겉도는 것 같았던 정자동이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혹은 예쁘다거나 칙칙하다는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또 그런 평가를 해야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앞에 그 색깔이 펼쳐져 있고, 난 단지 그 색깔이 맘에 들지 않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란색이겠지만 나에겐 어두운 파란색일 뿐이다.
그 색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하나...
내 스스로 파랗게 칠하기 전에는, 똑같지 않으면 어울릴 수가 없는 색깔이라는 것이다.
요즘 프리마인드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엔 굳이 이런 프로그램까지 써야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냥 엑셀에 정리하는게 더 깔끔하고 나중에 보기에도 좋을거 같았는데
이게 한번 써보니 또 나름대로 쓰는 맛이 있다.
굳이 마우스를 건드리지 않아도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정리가 되고
생각이 끊이지 않고 줄줄이 나오는데 방해되는 요소가 없다.
또 항목의 순서를 바꾸기도 편하고 셀의 크기 생각 안해도 되니까 편리하다.
나중에 펼쳐봐도 눈에 쏙 들어오는게 누구 보여주기에도 괜찮다.
강력하면서도 공짜 프로그램인데다가 한글까지 지원하니 더욱 만족스럽다.
요즘엔 출근하자마자 열어놓고 있다가 뭔가 생각날 때마다 툭툭 얹어버린다.
필요할때 살짝 정리해주면 꽤 괜찮은 형태의 초안이 뚝 떨어진다.
교보문고 바로배송 서비스가 맘에 든다.
출근해서 주문 넣었더니 퇴근시간 직전에 도착했다.
설마 9시쯤에 갖다 주면서 당일 배송이라 하는건가 의심했던게 미안해진다.
6시까지 언제나 오려나 목빠지게 기다리게 하긴 했지만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바로 배송'이라고 자신있게 내세워도 될듯.
몇페이지 넘겨보고 일어설 요량으로 다시 주저앉았는데 두시간을 넘겨버렸다.
회사가 책 인심은 후하다 하니 책값은 결재 올리면 되고
내 돈 안쓰는데도 마일리지는 내 앞으로 붙고
배송도 금방 되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책 읽으면서 야근을 빙자하니 수당도 나오고
좋구나!!
커피 한잔 들고 위로 올라가니 하늘빛이 눈부시다.
그 하늘빛 속에 빌딩들도 자동차도 나무도 생생하다.
부서질 듯 쏟아지는 햇살은 여전히 쎄지만 이젠 따갑지는 않다.
선선하고 상쾌한 공기에 처진 어깨는 힘이 들어가고 굽은 허리도 곧게 선다.
텁텁한 인스턴트 커피마저 그 따끈함만으로 달콤하게 느껴진다.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 9월이 왔다.
출근길에 계속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했다.
이른 시간 덥지도 않은데 지하철을 탈때부터 차가운 커피 생각에 목이 말랐다.
강남역 크리스피크림 앞을 지나가면서 잠깐 갈등했지만 때마침 도착하는 버스에 그냥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서도 책도 눈에 들어오질 않고 음악도 귀에 들리질 않는다.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참 희한한 일이다.
결국 내리자마자 스타벅스에 들어가 그란데 사이즈로 주문하고 말았다.
한모금 쭈욱 빨아들이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회사까지 걸어오면서 모조리 들이키고 나니 비로소 제정신이 든다.
입안의 쓴 여운을 지우려고 얼음까지 시원하게 깨먹어 버렸다.
갑자기 왠 커피 중독자 같이 안절부절 못했는지...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어찌됐든 덕분에 월요일 아침을 모처럼 맑은 정신으로 시작했다.
정말 억수같이 퍼붓는다.
거짓말 손톱만큼 보태서 팬티까지 젖어버릴 정도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까지 10분동안 우산의 무력함을 제대로 실감했다.
비틀면 물이 쭉 나올만큼 허리까지 흠뻑 젖은 바지에 구두 안까지 물이 철퍽거린다.
나름 대비한다고 입은 나일론 섞인 바지는 다행히 금방 말랐다.
그저 주말에 열심히 잡아놓은 칼같은 세로 주름 대신 쪼글쪼글 가로 주름살이 잔뜩 생겼을뿐...
양말과 신발은 좀 얘기가 다르다. 책상 밑의 꼬마 선풍기가 수고가 많다.
신발 젖으면 그 냄새가 몇배로 증폭되는데...다 말라도 좀 민망할 수도 있겠다.
보기에도 편한 통치마에 맨발에 구두를 가장한 샌들...
옆자리의 여직원이 부러워진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난 중요한 것 하나를 놓쳐버렸다.
그것은 이직에 익숙해져버려서 참고 견디는 법을 잊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 입사한지 딱 두달 됐다.
이러쿵저러쿵 말하기엔 이른 시점일테지만 대기업의 조직문화는 나에겐 맞지않는 옷인듯 싶다.
재미있게도 회사는 작지만 엄연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라며 그룹 이름을 내세운다.
그리고 행여나 그룹의 색깔이 바랠까봐 계속 덧칠해 나가고 있다.
"처음 1년은 진짜 어렵지만 그래도 적응하면 편해요. 그냥 다니면 돼요"
"나갈 사람들은 1년 못 버티고 퇴사하지만, 그만큼 오래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요."
생각없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만사 OK라는 건 이젠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러기엔 지난 8년 동안 너무 생각하면서 살았다.
좋고싫고를 떠나 이번만큼은 정말 진득하게 붙어 있고 싶었고 그래서 택한 회사였다.
그런데 고작 두달만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게 괴롭다.
아직까지는 참고 견디는 법을 터득해야한다는 마음이 더 크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
8년 넘게 사회생활하면서 이렇게 길게 휴가를 썼던 적이 없었다.
항상 하루이틀씩 나눠서 쓰던 리프레쉬 휴가를 이번엔 몽창 몰아 써버렸다.
무려 열흘만에 출근하는 기분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거래처 가는 듯하기도 하고, 왠지 휴가가 하루 더 남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간만의 출근이라 평소보다도 더 일찍 회사에 나왔다.
메일도 좀 확인할 겸, 그간 까맣게 잊었던 업무 기억도 회복할 겸, 팀장님 눈에도 좀 들 겸...
다행히 메일은 별로 없었고, 업무 기억은 근무시간에 회복하기로 했고, 팀장님 눈도장도 찍었다.
생각만큼 많은 일이 몰려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주 중에 해결해야할 것들이 꽤 있다.
여기저기 전화도 좀 해야겠고, 메일도 좀 써야겠다.
기쁘게도 휴가가기 전에 올려놓은 기획안은 사장님의 맘에 들었단다.
원하는 것들을 다 챙겨 넣어드렸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한방에 다쓴 휴가를 뒤로 하고 보니 갑자기 맥이 풀린다.
안타까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