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박살났다. 아니, 박살난지 한참 되었다.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 정면 충돌하더니 유리가 깨져버렸다.
처음에는 은밀하지만 좋은 조건의 상품을 찾았으나
그런건 쉽게 발견되지도 않고, 어렵게나마 만난 것도 조삼모사일 뿐이었다.
정성들여 투명테이프로 붙여줬고, 그래도 남보기엔 부끄러우니
집안을 뒤져 예전에 쓰던 낡은 지갑형 케이스에 넣어주었다.
그래도 모든 기능이 정상이었기에 그냥저냥 들고 다녔고,
그럭저럭 쓸만 했기에 차일피일 새 휴대폰 장만을 미룬채 두달이 지났다.
여직원 한명이 출근길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려 내 꼴이 났다고 한다.
하루종일 고민한 그녀, 다음날 수리했다고 다시 씩 웃는다.
결단력이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그러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
나도 고쳐보자! 결심하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던 차에...
"3년 정도 썼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걸 고치냐"
"쫌 있으면 신형 나오는데 기다렸다 그걸 사라"
"고쳐도 1년 지나면 다시 사야할걸?"
결단력 부재를 다시 통감했고
"그래, 어차피 용량도 작은 거라서 불편하긴 했어. 밧데리도 곧 수명이 끝날거야"
펄럭이는 귀에 냉정한 판단력이라며 변호했다.
또 그렇게 한달여가 지났다.
다음달 9일에 신제품이 나온다고 여러 매체에서 전해주었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음이 설렌다. 그거 거진 100만원 돈인데도 말이다.
누가 사주는 것도 아니고, 내 적디적은 월급에서 뚝 떼서 바쳐야 함에도..
벌써 고민이 시작됐다.
64기가를 사야겠지?
플러스가 그래도 카메라 성능은 확실히 좋던데..
골드 컬러는 쫌 그런거 같고, 어두운 그레이로 가자.
어차피 3만원 요금대 쓸테니 보조금도 없을텐데, 차라리 언락폰을 살까. 약정도 짜증나는데..
애플샵은 무이자 할부 해줄까.. 올레샵은 쫌 할인해 주는 거 없나..
근데 우리나라는 1차 출시국에 끼지도 못하는데.. 10월말에야 출시되겠네..
또 물량 딸린다는둥 언락폰은 희귀하다는 둥...11월은 돼야 살 수 있는거 아냐?
그런데 진짜 9일 미디어데이때 아이폰도 발표하는건 확실하겠지?
중상을 입은채 4개월을 버티는 녀석을 바라보면서도
이미 새로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착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