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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센티멘탈

2016. 5. 20. 16:15


10년 전에 다녔던 회사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이 건물은 도대체 언제 완공되느냐며 지나갔던 자리는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섰고,

건너편 5층짜리 낡은 건물은 유리와 스틸로 된 세련된 쇼핑몰로 바뀌었다.


주유소는 대기업의 매장과 AS센터로 바뀌었고, 조개구이집은 의류 상설 할인점이 되었다.

안그래도 큰 간판이 안 어울렸던 해장국집은 더 큰 간판을 달아서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자주 가던 오뎅집과 호프집은 없어졌고, 술 한잔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건너던 육교도 없어졌다.

낯선 가게들 사이에서 옛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그게 엊그제 같았는데..

그게 벌써 10년이라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순간 눈물이 났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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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Live in London

2016. 3. 4. 12:09



아델의 무대를 TV에서 볼 수 있게 돼서 정말 반가웠다.

두말할 필요 없이 훌륭한 공연이었지만 난 오히려 아델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고, 질문에도 재미있게 답을 해주고..

또 여러가지의 이벤트도 즐겁게 진행하고..

또 사회자의 질문도 상투적이지 않고, 아델도 역시 그에 맞게 화답했다.


뻔한 질문과 틀에 박힌 답만 주고받는 우리나라 프로만 보다보니

이런 거에도 감동하게 된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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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2016. 3. 2. 20:56

이상한 일이다.

자기가 능력있다는 걸 과시하려고

그동안 기존 직원들이 해놓은 일들을 깎아내리는 이유가 뭔지 

진짜 궁금하다.


7~8년전, 새로운 팀장이 입사했을 때도 그렇더니

2~3년전, 새로운 팀장이 부임했을 때도 그렇더니

이제 새로운 실장이 왔는데도 또 그러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능력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도, 지금에도...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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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15. 9. 7. 09:32

집 근처에 카페가 하나 생겼다.

아메리카노가 1500원이라니 일단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게다가 커피맛도 제법 괜찮다.


손님도 제법 많은데다 넓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한두자리는 비어있다.

그래서인지 북적대지 않고 살짝 여유있는 느낌이라 더 맘에 든다.


입구에 테라스를 뒀고, 발치에 나란히 등을 켜주었다.

아래의 불빛 때문에 길이 잘 안보이는데다(골목길이고 1층이라 전망이 안좋다)

테이블과 앞자리에 집중하게 되니 묘하게 분위기가 산다.


항상 생각했었던

우리집 앞에 있었으면 했던

그런데가 너무 없어서 차라리 내가 차렸으면 했던

그런 카페가 마침내 나타났다.


자리에 앉아 그저 한가하게 시간을 죽이고 싶지만

이젠 그러기엔 내 마음과 생각이 너무 바쁘다.


오늘도 그저 테이크아웃으로 아메리카노 한잔 받아들고 나설 수 밖에...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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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015. 9. 1. 18:44

마음이 척척 갈라지던 때, 갑자기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었다.

나에게 유독 더웠고 힘들었던 올 여름..


그래도 정신이 조금이나마 잔잔해지니 가을이 시작되려고 한다.

이번 가을, 청량하고 상쾌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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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2015. 8. 31. 13:44

조금씩 홀짝거리며 맥주 한캔을 비우는게 금요일 밤의 낙이 됐다.

퇴근길에 맥주 대여섯캔과 안주용 과자 몇봉지 사들고 들어간다.

묶음으로 파는 수입맥주와 국산맥주를 놓고 항상 갈등한다.


애들이 잠자리에 들면 거실 불을 어둡게 한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맥주캔을 따고 감자칩 봉지를 뜯는다.

취하고 싶지 않기에 항상 한캔만 비운다. 사실 대단한 자제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시원하고 알싸한 맥주에 달콤짭짤한 맛과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TV를 즐기는

이 시간이 요즘은 가장 편안하다.


그 맛에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즐기는 횟수가 늘긴 했지만..

엇!! 그런데 나머지 맥주들은 다 어디 갔지?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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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S

2015. 8. 28. 17:46

핸드폰이 박살났다. 아니, 박살난지 한참 되었다.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 정면 충돌하더니 유리가 깨져버렸다. 

처음에는 은밀하지만 좋은 조건의 상품을 찾았으나

그런건 쉽게 발견되지도 않고, 어렵게나마 만난 것도 조삼모사일 뿐이었다.


정성들여 투명테이프로 붙여줬고, 그래도 남보기엔 부끄러우니

집안을 뒤져 예전에 쓰던 낡은 지갑형 케이스에 넣어주었다.


그래도 모든 기능이 정상이었기에 그냥저냥 들고 다녔고,

그럭저럭 쓸만 했기에 차일피일 새 휴대폰 장만을 미룬채 두달이 지났다.


여직원 한명이 출근길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려 내 꼴이 났다고 한다.

하루종일 고민한 그녀, 다음날 수리했다고 다시 씩 웃는다.

결단력이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그러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


나도 고쳐보자! 결심하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던 차에...


"3년 정도 썼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걸 고치냐"

"쫌 있으면 신형 나오는데 기다렸다 그걸 사라"

"고쳐도 1년 지나면 다시 사야할걸?"


결단력 부재를 다시 통감했고

"그래, 어차피 용량도 작은 거라서 불편하긴 했어. 밧데리도 곧 수명이 끝날거야"

펄럭이는 귀에 냉정한 판단력이라며 변호했다.

또 그렇게 한달여가 지났다.


다음달 9일에 신제품이 나온다고 여러 매체에서 전해주었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음이 설렌다. 그거 거진 100만원 돈인데도 말이다.

누가 사주는 것도 아니고, 내 적디적은 월급에서 뚝 떼서 바쳐야 함에도..


벌써 고민이 시작됐다.


64기가를 사야겠지?

플러스가 그래도 카메라 성능은 확실히 좋던데..

골드 컬러는 쫌 그런거 같고, 어두운 그레이로 가자.

어차피 3만원 요금대 쓸테니 보조금도 없을텐데, 차라리 언락폰을 살까. 약정도 짜증나는데..

애플샵은 무이자 할부 해줄까.. 올레샵은 쫌 할인해 주는 거 없나..

근데 우리나라는 1차 출시국에 끼지도 못하는데.. 10월말에야 출시되겠네..

또 물량 딸린다는둥 언락폰은 희귀하다는 둥...11월은 돼야 살 수 있는거 아냐?

그런데 진짜 9일 미디어데이때 아이폰도 발표하는건 확실하겠지?


중상을 입은채 4개월을 버티는 녀석을 바라보면서도

이미 새로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착각에 빠졌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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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구백냥

2013. 2. 7. 09:23

간만에 책이나 볼까 싶어 한권 꺼내들었다.
대여섯 페이지나 읽었을까...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고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깜빡여봐도, 한참 감았다가 떴는데도, 가깝게 봐도, 멀게 봐도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덜컥 두려워 얼른 책을 덮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녹내장이 악화됐을까.. 아니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 또다시 신호를 보낸걸까...
그냥 멍하게 TV를 켜고 바라봤지만 마음은 심란했다.

30분쯤...다시 슬며시 책을 펴봤다.
다행히 평상시처럼 글자가 들어왔고 문장도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독서할 생각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고, TV가 재미있어졌다.

여유가 생기니 잡스런 생각이 든다.
원인은 항상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라고..
환한 화면에 빛나는 색깔만 보다보니 누런 종이와 둔한 검은 글자를 보고싶어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러고 보니 책이 재미없어진지 오래다. 

눈도 좀 쉴겸 책도 좀 볼겸 스마트폰을 좀 멀리해야할까보다.
가뜩이나 눈도 허약한데...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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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꼰 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던중 발끝에 걸려있던 슬리퍼가 벗겨졌다.
보지도 않고 발 끝으로 찾아서 또 발끝으로 신으려고 했지만, 떨어지면서 뒤집혔는지 영 발이 들어가질 않는다.

할수없이 책상 밑으로 들어가 슬리퍼를 다시 뒤집어 놓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미끄러지듯이 슬리퍼 속에 발을 넣고 좀전과 달리 왼쪽 다리를 꼰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득 뒤집혀진 슬리퍼가 다시 생각났다. 뒤축이 다 닳아서 드러난 하얀 고무가 걸렸다.
자세히 보니 한쪽의 발등을 덮는 밴드 옆이 다 튿어진 채 힘겹게 붙어있었다. 미처 몰랐다.

이 슬리퍼, 굉장히 오래 신었다. 2000년 10월, 내가 첫 직장 출근할때부터 항상 내 책상에 놓여있었다.
시원하게 신으려 그해 여름에 샀고, 몇달뒤 가장 깨끗하다는 이유로 차출되었다.
여러번 회사를 옮겼음에도 항상 이 슬리퍼는 가장 챙겼다. 하도 오래 신었더니 내 발모양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그래도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LA GEAR'다. 무광 블랙의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것이 모양도 나름 세련됐다.

사실 다 낡고 닳은 슬리퍼를 버리려고 몇번 생각했었다.
마트에 들렀을때도 마음에 드는 새 것을 찾기도 한 것도 여러 차례..

어느 것도 이 슬리퍼 만큼 내 발을 편하게 해줄 수는 없을 것만 같았고
'좀 더 신어보자!'라며 은퇴를 연장시켰다.
그러고보니 난 이 슬리퍼를 굉장히 사랑했었나 보다.

하지만 이제 정말 이 슬리퍼를 버려야겠다.
더이상 흉한 모습이 되기 전에..아직까지 슬리퍼의 모습이 남아있는 동안에..

아마 신발장에서 가장 깨끗한 슬리퍼를 꺼내와 가져올 것이다.
아니면 마트에서 비슷한 모습의 것을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은 이 LA GEAR 슬리퍼와 비교하겠지.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Posted by 착각청년
:



어제 3년간 몸담았었던 서비스가 문을 닫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는 진짜 열심히 일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항상 뉴스서비스만 생각했고, 고민했었는데...
윗사람도 그렇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 걸 보니 좀 착잡하다.


Posted by 착각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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