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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작가 페터 비에리 별세

 

한 작가의 사망 기사를 봤다.
페터 비에리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파스칼 메르시어'로 기억되는 작가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사실 겉표지가 맘에 들었었고, 또 제목도 뭔가 있어보이기도 해서 샀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첫 페이지를 보고나서는 '쉽지않은 책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첫 부분을 보면서 로맨스와 추리가 가미된 내용이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그마저도 아니었으니, 
재미는 포기하고 의무감을 다분히 가지고 읽어나가야 했었다.

난 사실 소설 내용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에 몰입되면서 동화되는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설이 나를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지.
그들을 지켜보면서 내 감정이 어떻게 몰아다니는지 느끼면 되니까.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렵고 무겁다.
그럼에도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확실히 좋은 작품인건 확실하다.
작가의 이름을 듣고 작품을 떠올리면서 복기하고 추억하고 있으니.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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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 하나를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책이다.

베르베르의 책은 다른 무엇보다 그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기 때문에 항상 빼들곤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소재다.
미래를 보는 소녀의 정체성 혼란은 그리 참신한 얘기는 아니다.
'5초안에 죽을 확률'을 알려주는 시계 역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읽을 때에는 지루하지 않게, 아니 재미있게 읽은 책이긴 하지만 실망스럽다.
스피드있게, 그리고 극적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전부였다.


마지막 줄까지 읽어낸후 별다른 미련없이 책장에 얹어놓았다.
앞으로 다시 꺼내볼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음 책 역시 고민없이 살 것 같긴 하다.
아직은...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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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서 소설책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호기심 가는 제목들을 많이 발견한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엣지 있어 보이기 위해 애쓰는 듯한 느낌, 좋게 말하면 단어의 재조합이 참신한 제목..
그리고 그런 제목의 대부분은 단편소설집이다.

언젠가부터 부쩍 단편소설집이 많아진 듯 하다.
점점 독서 호흡이 짧아지는 내 처지에 있어서는 반가운 일이긴 하다.
읽던 책을 다시 펼치며 앞의 내용을 더듬는 시간이 적지 않아 선뜻 장편을 집어들지 못하기에...

그런데 최근의 단편소설집이란 것이 꼭 대형마트의 과일상자 같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가 단편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두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글은 한권 10여편의 글 중 둘셋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냥저냥, 어디서 본듯한, 이게 뭔 소린지... 이런 생각이 들 뿐이다.

마치 윗줄은 크고 윤기나고 싱싱한데 안보이는 아랫줄은 작고 벌레먹고 멍들어 있는 놈들이 들어있는 과일상자처럼...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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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했나보다.
덮고나니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 같아 아차 싶다.

저자의 글과 사진을 느긋한 마음으로 느껴야 제 맛이 살아난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감성적이기도 하고, 때론 냉정하게 선을 긋기도 하는 글놀림에, 또 부드러운 듯 강한 문장에 빠지다 보면 내 생각도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잔잔한듯 밀려오지만 종내엔 크게 덮쳐오는 넓은 바다의 파도가 덮치는 기분이다.

제주의 돌 하나, 바람 한점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는 눈길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저자의 도시 생활에 겹쳐서 더욱 부각된다.

여행산문집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여행보다는 삶이 느껴지는 책이다.

[사진 출처 - 저자 홈페이지 www.noside.co.kr]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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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 받은 책 두권.
얼핏 제목만 봤다가 출근길에 한권을 가방에 찔러넣었던...
벌써 그게 언제인지 모를만큼 시간이 흘러 오늘 아침에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출근길 버스 뒷자리에 자리잡고 열심히 읽은 그 책은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였다.
일단 제목이 주는 위압감에 한번 숨 몰아쉬고 읽기 시작했지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종류에 상관없는 잡식형 책읽기를 구사하지만 그래도 철학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선배는 나의 지식 수준과 지적 능력을 심하게 높이 평가하는게 확실하다.
아니면 허구헌날 소설만 읽어대는 내게 철들라는 의미로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입문서라고 하기엔 어려운 내용이지만 그래도 감당하지 못할만큼 난해하진 않다.

철학에 대해 뭔가 깨우칠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복잡한 사상을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지성과 만나는 것만으로 나에겐 충분히 의미있다고 본다.

얇지만 끝까지 가려면 남다른 집중과 생각을 요구한다.
글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저 활자만을 소비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긴장도 필수!

다음에 읽을 책..
그림이 잔뜩 실린 '처음 만나는 그림'은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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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내세운 추리소설이라...
언뜻 생각하기에도 참 안어울리는 조합인데 묶어놓고 보니 꽤 재밌네..

살인이지만 살인은 아닌 사건을 발단으로 이 두꺼운 책은 시작한다.
주인공 영거와 프로이트는 관련인물과 흐름을 놓고 끊임없이 토론을 펼치면서 독자들을 심리분석으로 이끌어간다.
햄릿과 오이디푸스는 이 두 심리분석학자들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컴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경험에 빗대어 풀어놓는다.

정작 사건은 리틀모어 형사가 해결하고 있다.
물론 영거는 주인공답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여주인공 노라를 구해내긴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엉성하고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도 좀 밋밋하다.
그렇지만 어려운 심리학 얘기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엮어서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격동기인 1909년 뉴욕의 모습도 마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섬세한 묘사는 썩 재미있지 않은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루한 논쟁과 갈등을 꼼꼼하게 그려주니 머릿속에선 상상력을 발휘하느라 바쁘다.
덕분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지치지 않고 읽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드는 생각은 '재미는 없네' 였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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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좋은 기억 덕분에 기욤 뮈소의 책을 또 한권 읽었다.

신분(?)의 차이도 넘어선, 저승사자(?)도 감동시킨 러브스토리를 서스펜스로 끌고 간다는게 특별했고 재미있다.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전체 스토리가 잘 엮여서 영화를 보는 느낌.. 그 느낌은 '사랑하기 때문에'와 다름없다.
예상되는 결말... 하지만 어차피 반전을 기대하진 않았으니 뻔한 반전에 실망하진 않았다.

그러나 난 이 책을 너무 일찍 읽어버린 건 아닌가 싶다.
이전에 본 책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일까..아니면 너무 헐리웃 스타일이어서 그런걸까..
훌륭한 이야기꾼의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빨리감기 버튼이 자꾸 생각난다.

기욤의 다음 책은 한참 후에나 봐야겠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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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문명과 만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을 너무나 잘 그려낸 소설이다.
라마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사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빈 콜라병의 의도는 방금 그걸 집어든 부시맨에게는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겁이 나지만 그 물건이 무엇인지 미치도록 궁금하다.

탐사대는 조금씩 전진하며 라마를 연구한다.
그리고 라마의 생물체를 찾아내고 작동원리를 짐작하고 새로운 문명을 엿본다.

하지만 그뿐이다.
더 이상은 탐사대에게 허락되지 않았고, 인류는 그저 라마가 다시 접촉해 오길 하염없이 기다려야할 뿐이다. 외계문명과의 첫 만남은 한없이 아쉽게 끝나지만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좀더 용기있게 접근할 자신감은 얻는다.
(그러나 작가의 죽음으로 다시는 라마를 만날 수는 없을듯...가짜 라마는 7권까지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을 등장시켜 추악한 인류의 모습을 드러내는 SF소설의 공식은 잊지 않았다.

끝까지 지성을 가진 라마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버렸다.
그러나 난 이미 외계인의 등장에 익숙해졌던 모양이다. 새로운 형체가 등장할 때마다 탐사대를 삼켜버리는 괴물이 자꾸 연상되어버렸다.


랑데부..보다는 '랑데뷰'가 더 부드럽고 세련되어 보이긴 하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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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볍게 읽어보려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인데 의외로 집중해 버리고 말았다.
단순한 로맨스 연애소설인줄 알았는데 반전에 스릴러 느낌까지 주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긴장감까지 느껴버렸다.

우연히 만난 세명의 과거가 교묘히 얽혀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
그들의 악연이 풀어지는 과정이 현재를 지배하는 또다른 현재라는 것..

실종된 딸 라일라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마크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앨리슨, 에비, 마크와 커너의 플래쉬백이 하나씩 나올때마다 실마리가 풀려간다.
과거가 점점 현재와 가까워지면서 이 책의 중심인 '실종된 라일라'의 실체가 밝혀지고 내 속에 뭉쳐지던 의문들도 펑! 터져버렸다.

처음부터 연결고리들을 이리저리 펼쳐놓고 재빠르게 꿰어내는 스토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각 장마다 나오는 BGM같은 인용문들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간신히 벗어난 내 눈은 작가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내 맘은 다른 책을 찾아볼 작정을 하고 있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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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의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진시황 프로젝트'란 이름이 왠지 역사가 더해진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판타지/미스터리가 펼쳐질 것 같았다.

출발이 무척 좋다.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고 스피드 있게 끌고 나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얽히고 설킨 역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다 됐다.

그렇지만 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버릴 때까지 준비자세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진시황은 그저 장식품이었다.
이책저책 너무나 많이 울궈먹어서 미안한 명성황후에 씌워진 껍질일 뿐이다.
아니... 명성황후도 장식품이다. 본질은 문화재 도굴에 눈 먼 살인극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공안 44'는 잊혀질만 하면 한번씩 등장해줄뿐이고
방형사가 가진 엄청난 빽은 책장을 넘길수록 안 궁금해진다.
마지못해 부패한 높으신 분들을 가볍게 씹어주고 공적으로 돌려버린다.

방형사 때문에 괴로워 하면서도 여자들을 볼때마다 침을 삼키는 강형사의 행동을 놓고 작가는 그저 민주화 시대를 거쳤고 불우한 과거를 가졌으니 이해해 달라고 할 뿐이다. 게다가 쓸데없는 성적 행위는 그렇게 뜬금없을 수가 없다.

반전으로 준비한 진짜 스파이와 송곳의 정체는 일찌감치 눈치채 버렸다.
내내 '진시황 프로젝트'라는 것에 매달린 강형사와 나는 그따위 것은 없다는 허무한 사실을 아는 순간 맥이 풀려 버린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분명히 재미있을만한 소재와 스토리텔링 능력도 있어보이는데 힘이 너무 일찍 빠져나간 듯 하다.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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