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타임 한시간 동안 충분히 싸움 구경을 즐길 수 있는 블랙코미디.
그야말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는 말이 딱 맞는 영화다.
두 부부는 아이들 문제로 품격있게 말다툼 하다가 남편과 아내의 갈등까지 폭발한다.
물에 빠진 전화는 살아나고, 죽은 줄 알았던 햄스터는 공원에서 잘 살고 있다.
문제있었던 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잘 놀고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한발이라도 밀릴까 말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고 말 한마디에 가시를 세운다.
결국 상처가 난 사람들은 네사람뿐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보살펴주는 강한 언니..
지구멸망 위기에 처하자 오히려 평온을 되찾는 동생과 심하게 우울증 증세를 나타내는 언니..
클레어가 미친듯이 아들을 데리고 시내로 갔을때 저스틴의 표정은
이전에 저스틴의 결혼식이 끝장났을때 지었던 클레어와 비슷하다.
우울증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저스틴..
클레어는 최후의 순간에 그때의 저스틴 심정을 알 수 있었을까 싶다.
그래서 행성 이름이 멜랑콜리아인가..
붉은 별이 지구에 접근할수록 그 별은 청색으로 창백하게 빛난다.
다가오는 행성을 바라보는 세사람 표정 위에 짙어지는 푸르스름한 빛이 날 애타게 만든다.
왠지 모르게 눌러오던 정체불명의 무거운 분위기가 행성 충돌과 함께 무너진다.
이렇게 묵직하게, 소리없는 혼란과 슬픔으로 우아한 SF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