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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24. 14:43

꿈에 속편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아내와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어갔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웠고, 무너진 흔적은 그대로 남겨놓은 건물이었다.
자리가 없어 넓직한 다인용 테이블에 앉았고, 곧이어 다른 커플이 들어와 옆에 앉았다.
남자는 안하무인이었다. 
앉자마자 테이블에 발을 턱 걸쳤고, 여자가 눈치를 주니 그제서야 발을 내렸다.
그렇지만 벌러덩 누워버렸다.

기분이 나빠진 우리는 대충 마시고 나왔다.
나는 수업을 들으러 가야했고, 아내는 도서관으로 가기로 했다.
 (깨어나서 생각해 보니, 우리는 학생이었고, 부부가 아니라 연인이었나 보다)

도서관은 15층(!)에 있고, 내 강의실은 14층이었다.
14층부터는 계단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경사로 만들어졌다.
아내는 윗길로 올라갔고, 나는 강의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강의실이 안나온다.
강의실 문패를 보니 13-23, 13-24, 13-25... 되어 있었다.
"엇! 13층이었나??"
다시 돌아와서 14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15층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었다.
경사로는 13층부터 시작했었나 하면서 강의실로 가는데...
여기도 13층이네??

갑자기 무서워져서 얼른 되돌아와서 13층으로 내려왔고, 다시 12층으로 내려왔다.
경비 아저씨가 보여서 14층이 어디냐고 이상한 질문을 했다.
지진으로 13층부터는 무너졌다고 하더니, 나를 생경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 역시 경비 아저씨가 그때 지진으로 죽은 사람인 듯 느껴졌고, 동시에 내가 죽은 사람인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아내를 만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뛰어올라갔는데 갑자기 주위가 까맣게 변해갔다.
사방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아내 생각에 힘껏 뛰었다.

길이 없어지고 벽도 사라지고 있는데 창문이 있길래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이상하게도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데 카페 건물의 지진 흔적이 생각났고,

그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뜬채로 꿈을 더듬고 있던 중, 14층 경사길이 생각났다.
몇주전, 아니 몇달전인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15층에 도서관이었고, 난 14층 강의실에 놓고 온 가방을 가지러 가는 중에 깨어났었다.

뭘까..
뭘까...





 


Posted by 착각청년
:

음악회 단상

2023. 1. 4. 13:03

천안에서 서울로 유학 온 막내이모는 왕언니의 집,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다.
무려 스물두 살 차이인 언니의 아들과는 겨우 열 살 차이였으니, 거의 누나뻘이었다.
그러니, 우리 부모님도 막내이모를 거의 큰 딸같이 보살폈다. 

어릴때부터 조카들을 살뜰히 챙겼던 이모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같이 하교하면서 붕어빵이며 호떡, 순대 등 조카들 간식거리를 사들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클래식을 좋아했던 이모 덕분에 나의 음악 청취는 클래식으로 시작했다.
이미 피아노 경력이 7~8년이었으니, 고전음악이 낯설지 않았던 초등학생 꼬마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빠져들었다.
이모는 내 손을 잡고 집 근처의 예술의전당에 다녔다.
본인의 취미생활에 조카를 데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달에 한두번씩 관현악단을 비롯해서 피아노 독주회 등 클래식 공연을 찾았다.

당연히 대학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좌석을 골랐다.
무대 뒷쪽의 좌석이다. 

그렇지만 난 그 좌석이 그렇게 좋았다.
남들은 모두 지휘자의 뒷모습만 보지만, 난 지휘자의 표정과 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강인하고 부드러운 몸짓과 눈길 등은 아무리 비싼 VIP석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연주자들이 악보 넘기는 것도 볼 수 있고, 자기 파트가 아닐때 딴 짓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연주에 열중하면서 그 속에 빠져드는 연주자들의 표정들을 보면 나도 더 깊이 음악에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약간 말을 보태자면 숨소리도 들릴만큼 거리도 상당히 가까웠다.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는 앞에 있는 관객들을 보면서 몸짓을 멈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럻수 밖에 없지...
그 순간이 그 좌석의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다. 그때만큼은 나도 그 악단의 일원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어다.
박수가 터지고 지휘자가 돌아서면서 사라지긴 하지만서도..

퇴장하면서 무대 뒷쪽의 관객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는 지휘자와 연주자들도 있다.
백건우 독주회가 잊혀지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고 여러번 인사하고 퇴장할때까지 열심히 박수치고 있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꼬마가 맘에 들었는지,
나를 가리키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이 30여년이 지났음에도 잊을 수가 없었다.

연말에 아내와 합창단 공연 보러 예술의전당에 갔다.
돈 좀 써서 거의 중앙의, 무대 가까운 나름 좋은 좌석으로 예매했다.
무대 뒤의 좌석을 보니 새록새록 옛생각이 떠오른다.

Posted by 착각청년
:

길몽

2022. 12. 19. 16:00

길몽이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옳다구나! 싶었다.
그 기운을 놓치지 말자는 일념으로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저녁 같이 하자는 팀 동료를 뿌리치고 귀가길을 서둘렀다.

세군데가 있는데 어디로 갈까 지하철 속에서 내내 고민했다.
그래도 항상 가는 곳으로 가야지!

평소와는 달리 한장 더 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날이 왔고, 시간이 됐다.

그래도 '꿈은 꿈이지, 안될거야' 라고 미리미리 실망할 준비를 하고,
그래도 맘이 졸여 12시 넘어서야 슬쩍 꺼내봤다.


그래도 이정도면 길몽인데...
거대한 붉은 뱀이 나를 감싸고 입을 크게 벌리고 다가왔는데...
되게 생생했었는데...

아닌가....

Posted by 착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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