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 봤다(아니.. 전부인가??). 초록물고기, 오아시스, 박하사탕...
물론 세편 다 케이블, TV에서 봤을뿐 돈내고 본 영화는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 감독의 영화를 좋아할 리가 없다.
'밀양'도 마찬가지다. 사랑 얘기도 아니고 한 여자의 고된 인생스토리도 아닌 이 영화...
할 얘기가 많겠지만 그래도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영화에 대한 재미가 점점 떨어지는 모래시계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존의 이창동 영화와는 느낌이 달랐다.
내 깜냥으론 이창동식 화법은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받아칠수 밖에 없었다.
'밀양'을 얘기한 이창동에겐 "그래..그렇군요" 라고 말하게 된다.
그동안 그저 '이마 넓은 배우'였던 전도연을 새롭게 볼 수도 있었다.
한번도 전도연이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에서 본 전도연은 바로 '신애' 그 자체였다.
전도연이 느낀 신애를 나도 느낄 수 있었고 신애가 가진 슬픔과 좌절을 나도 같이 가질 수 있었다.
한석규의 치졸함도, 문소리의 몸부림도, 설경구의 절규도 나에겐 전혀 와닿지 않았었지만
전도연의 눈물은 내 가슴에 떨어지는 것 같이 생생했다.
그래도 난 '밀양'이란 영화를 별로 안좋아한다.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도 않다.
이창동 감독 역시 여전히 안 좋아한다. 그렇지만 차마 싫어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난 이 영화를 전도연을 다시 보게 됐다는 점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