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들어가면서도, 좌석에 앉으면서도 좀 찝찝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즐겨보는 편이지만 호러와 재난은 피한다.
'마션'도 SF라지만 사실 재난영화이지 않은가.
이젠 하다못해 화성에 사람을 버려두고 오다니...
그럼에도 표를 끊은 건 한장면 때문이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운다는게 쌩뚱맞고 뭔가 낙천적일 것 같았다.
뭐랄까...
재난영화라기 보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듯 하다.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종종 "재미있는 얘기는 여기부터야" 하듯이
십여일, 몆주, 몇개월이 쑥쑥 지나간다.
영화는 사실 긴박함도 없고, 나름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우주에서의 구조 장면도 심장이 조이거나, 손에 땀이 난다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다.
화성과 복귀선, NASA 등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가볍고 밝게 얘기해 주고 있다.
크고 작은 역할의 인물마다 각각 제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 색깔들이 튀지 않고 어울리면서도 빛을 내고 있었다.
난 사실 NASA 국장이 "돈 때문에 안된다"며 꼬장을 부리고
정의감 넘치는 직원들이 반항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구출하는...
'정석' 스토리가 나올줄 알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감에도 이 영화는 돈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국장이 꼬장을 부리는 것은 '승무원의 생존 확률'을 높이고자 했고,
직원들은 '가능성'에 힘입어 반항했다.
맨날 회사에서 비용, 매출 그런것만 매달려서 그런걸까...
죽는 사람도 없고, 나쁜 맘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참 아름답게 흘러가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