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서태지 심포니 2008을 듣고 있다.
대중음악과 필하모닉의 협연이 낯선 포맷은 아니지만
서태지가 하면 항상 새로워 보이는 현상은 이번에도 나타난다.
그간 전자음악에 서태지의 보컬이 밀려있었다면,
이번엔 클래식 악기의 도움으로 서태지의 보컬이 힘을 낸다.
클래식 악기로도 맛을 내게끔 깔끔하게 재해석한 것도 맘에 든다.
또 각 파트의 음량을 적절히 손본 덕분에 라이브임에도 한결 듣기 수월하다.
특히 팬들의 함성 또는 괴성까지도 편안하게 들리게 해줘서 좋다.
그러나 10년전 메탈리카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합작에 비할바는 못된다.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번갈아가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호흡을 맞춰야 할 것을, 같이 나섰다가 같이 빠지는 듯한 모습이 자꾸 보이니 붕 뜨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곡은 오케스트라가 애써 구색만 맞추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상당히 잘 만들어졌고 푹 빠져들어 몇번이고 들을만큼 훌륭하다.
그저 메탈리카와 비교하자니 이런저런 아쉬움이 들 뿐이다.
서태지는 정말 능력있는 기획자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볼 때마다 새로운 서태지를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