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과 만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을 너무나 잘 그려낸 소설이다.
라마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사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빈 콜라병의 의도는 방금 그걸 집어든 부시맨에게는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겁이 나지만 그 물건이 무엇인지 미치도록 궁금하다.
탐사대는 조금씩 전진하며 라마를 연구한다.
그리고 라마의 생물체를 찾아내고 작동원리를 짐작하고 새로운 문명을 엿본다.
하지만 그뿐이다.
더 이상은 탐사대에게 허락되지 않았고, 인류는 그저 라마가 다시 접촉해 오길 하염없이 기다려야할 뿐이다. 외계문명과의 첫 만남은 한없이 아쉽게 끝나지만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좀더 용기있게 접근할 자신감은 얻는다.
(그러나 작가의 죽음으로 다시는 라마를 만날 수는 없을듯...가짜 라마는 7권까지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을 등장시켜 추악한 인류의 모습을 드러내는 SF소설의 공식은 잊지 않았다.
끝까지 지성을 가진 라마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버렸다.
그러나 난 이미 외계인의 등장에 익숙해졌던 모양이다. 새로운 형체가 등장할 때마다 탐사대를 삼켜버리는 괴물이 자꾸 연상되어버렸다.
랑데부..보다는 '랑데뷰'가 더 부드럽고 세련되어 보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