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를 내세운 추리소설이라...
언뜻 생각하기에도 참 안어울리는 조합인데 묶어놓고 보니 꽤 재밌네..
살인이지만 살인은 아닌 사건을 발단으로 이 두꺼운 책은 시작한다.
주인공 영거와 프로이트는 관련인물과 흐름을 놓고 끊임없이 토론을 펼치면서 독자들을 심리분석으로 이끌어간다.
햄릿과 오이디푸스는 이 두 심리분석학자들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컴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경험에 빗대어 풀어놓는다.
정작 사건은 리틀모어 형사가 해결하고 있다.
물론 영거는 주인공답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여주인공 노라를 구해내긴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엉성하고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도 좀 밋밋하다.
그렇지만 어려운 심리학 얘기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엮어서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격동기인 1909년 뉴욕의 모습도 마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섬세한 묘사는 썩 재미있지 않은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루한 논쟁과 갈등을 꼼꼼하게 그려주니 머릿속에선 상상력을 발휘하느라 바쁘다.
덕분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지치지 않고 읽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드는 생각은 '재미는 없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