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고료의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진시황 프로젝트'란 이름이 왠지 역사가 더해진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판타지/미스터리가 펼쳐질 것 같았다.
출발이 무척 좋다.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고 스피드 있게 끌고 나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얽히고 설킨 역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다 됐다.
그렇지만 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버릴 때까지 준비자세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진시황은 그저 장식품이었다.
이책저책 너무나 많이 울궈먹어서 미안한 명성황후에 씌워진 껍질일 뿐이다.
아니... 명성황후도 장식품이다. 본질은 문화재 도굴에 눈 먼 살인극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공안 44'는 잊혀질만 하면 한번씩 등장해줄뿐이고
방형사가 가진 엄청난 빽은 책장을 넘길수록 안 궁금해진다.
마지못해 부패한 높으신 분들을 가볍게 씹어주고 공적으로 돌려버린다.
방형사 때문에 괴로워 하면서도 여자들을 볼때마다 침을 삼키는 강형사의 행동을 놓고 작가는 그저 민주화 시대를 거쳤고 불우한 과거를 가졌으니 이해해 달라고 할 뿐이다. 게다가 쓸데없는 성적 행위는 그렇게 뜬금없을 수가 없다.
반전으로 준비한 진짜 스파이와 송곳의 정체는 일찌감치 눈치채 버렸다.
내내 '진시황 프로젝트'라는 것에 매달린 강형사와 나는 그따위 것은 없다는 허무한 사실을 아는 순간 맥이 풀려 버린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분명히 재미있을만한 소재와 스토리텔링 능력도 있어보이는데 힘이 너무 일찍 빠져나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