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살면서 삶에 치인다는 말을 실감한 적은 없었다.
엊그제 하루 월차를 내고 집에서 편히 쉬면서 지금쯤 이런일을 하고 있겠구나, 저러면서 시간을 보내겠구나..하다보니
내 하루하루가 참 각박하다 싶어졌다. 얻는 것도 없이 사치하듯이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게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일분일초가 아깝고 개미의 일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던 지난날과는 달리 전혀 치열하지도 않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머리싸매야 하는 그때보다 하루하루 느슨하고 적당하게 일처리해도 그만인 지금이 더 피곤하다.
좋아하는 책 한권 펼쳐볼 여유도 없다. 차분히 CD 한장 들을만큼 편하지도 않다.
커피 한잔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구경 해본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간혹 매콤한 매연이 섞이기도 하고 후텁지근하기도 한 바깥 공기의 냄새도 기억나질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한채, 그저 이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캄캄한 동굴 속에서 등불을 잃어버린채 주저앉아 있는 꼴이다.
돌아가서 등불을 찾아 다시 시작하지도 못하고, 과감하게 앞으로 가지도 못하는...
삶에 치인다는 얘기가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나에겐 지금이 바로 삶에 치이는 때이다.
정신적인 여유나 성장 대신 그저 뭔가에 끊임없이 쫓기듯이 마음만 조급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