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백건우는 마음속의 우상이었다. 10살도 안된 꼬맹이에게 남자가 피아노를 친다는 것은 상당히 뻘쭘하고 남우세스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재미를 붙였던 터라 그만두고 싶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어느날 수많은 청중 앞에서 너무나도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하던 어른 남자는 어린 맘을 확 불질러 버리고야 말았다. 클래식을 멀리 했을때나 가까이 했을때나 백건우의 앨범이나 뉴스들은 항상 동경과 설레임을 가지고 손을 댔다. 베토벤에 꽂혔던 백건우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마지막 앨범을 냈다. 이전의 두장만큼 익숙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지만 더 여유있고 더 깊은 맛은 있다. 앞으로 한 일주일간은 이 앨범과 친하게 지낼 것 같다. 12월에 있을 연주회에 한번은 가보려고 한다. 백건우를 가까이서 본게 15년은 된 듯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