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과일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천도 복숭아다.
그것도 너무 빨갛지도 않으면서 전혀 물렁거리지 않는 아주 딴딴한 것들을..
귀찮게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고 단단한 과육을 덥썩 베어먹을 때의 느낌이 좋다.
살짝 신 맛이 돌면서 적당히 달콤한 그 맛도 좋다.
그렇지만 천도 복숭아를 먹을때 가장 맘에 드는 것은...
깨물었을때 과육이 단단한 씨앗과 완전히 떨어지는 그 순간이다.
씨앗에서 묻어나온 빨간 물이 든, 뾰족뾰족한 노란 속살은 더 달게 느껴진다.
반대로 씨앗이 깨지면서 과육도 똑 떨어지지 않고 덕지덕지 붙어 있으면
천도 복숭아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안 좋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천도 복숭아를 떠올리니 칼퇴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강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