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Today :     Yesterday :


'강풍이 아니라 광풍'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02 광풍에 휘청거린 출근길


매년 태풍이 덮쳤을때 항상 TV는 부산이나 제주, 목포 이런 곳을 보여줬었다. 나무가 꺾여나가고 간판이 날아다니는 것은 나에겐 그저 TV속 자료화면이었을뿐이었다.

아침에 알람 대신 바람소리에 눈을 떴고 앞의 공원에 있는 큰 나무들이 미친듯이 몸부림치는 걸 보며 월차 생각이 간절했다.
바람에 밀려 현관문이 열리지 않을때 1차로 당황했고 1층 입구 유리문 밖으로 상가의 입간판과 굵직한 나뭇가지들이 굴러다닐때 TV속 화면이 떠올랐다. 3D TV를 보는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정말 영화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지하주차장의 환기구를 덮고있던 플라스틱 지붕에서 떨어져나간 커다란 조각이 아파트 현관앞에 서있던 오피러스의 뒷유리를 그대로 강타한 것이다. 그게 말이 플라스틱이지 꽤 두껍고 단단한지라 뒷유리는 박살나고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나가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경비 아저씨들이 뛰어와 이리저리 살펴볼때야 정신차리고 길을 나섰다.

출근길도 험난했다.

바닥에 고여있던 물이 바람에 쓸려 비처럼 날리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람을 피해 뛰었다. 교회의 뾰족한 첨탑이 부러져 인도에 떨어져 있고, 아파트 담장도 무너졌다. 나뭇가지와 쓰레기통, 자전거, 간판들에 긁히고 찌그러지고 부러진 차들이 한두대가 아니었다.

부러지고 뽑혀나간 가로수들이 차선 두개를 막아 꽉 막힌 도로, 뭔가에 맞아 유리가 깨진 자동차 대리점, 줄줄이 쓰러진 공사장 가림막...차창 밖 풍경은 참 처참했다. 항상 내리던 버스 정류장 앞 상가는 2층에 걸려있던 간판들이 모조리 떨어져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위험천만 상태를 겪기도 했다.

두시간만에 출근 미션 완료. 그래도 비는 거의 오지 않아서 물에 빠진 생쥐꼴은 면했다는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Posted by 착각청년
:

달력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13)
Day by Day (100)
Music Box (109)
Cinema House (24)
Book Shelf (39)
Outing Note (16)
News & Pum (25)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